냉 무 판사 아들을 키워 낸 노모는 밥을 한 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았고,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뉴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 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부러울 게 없었습니다. 이런 노모는 한 해 동안 지은 농사 걷이를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의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. 이날 따라 아들 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,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. 아들이 판사이기도 하지만, 부잣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노의 눈에 신기하기만 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되었습니다.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였습니다. 부자집 딸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