난... 엄마의 아픈 손가락?
자식을 키워보면 알게 된다.
부족한 자식에게,
어렵고 힘든 자식에게,
더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간다는 것을...
K 장녀로 태어났으니...
장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.
아니,
장녀 노릇은 고사하고 오히려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아서
늘 마음 한구석이 미안하다.
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되어,
아들 둘 데리고 엄마 집으로 들어갔을 때부터....
난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다.
살면서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내가 힘든 것을 알고 계셨다.
쌈지 주머니 모아 놓은 용돈을 한 번씩 동생들 몰래 줄 때마다...
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받을 수밖에 없었던 나....
그래서,
나는 더욱더 돈을 벌어야겠다고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.
한때는 조금 여유가 있어서,
엄마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, 온천도 다니곤 했던 때가 있었다.
그때,
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해했었다.
동생들에게도 큰 딸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지....
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.
점점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던 상황은
어느 날 갑자기 더 어려워져 버리고...
이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? 하는 강한 의문이 자꾸 든다.
겉으론 강한 척,
어렵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,
이제는 연세도 많이 드셨고, 상황 판단도 많이 흐려지셨고,
더군다나 약간 치매 초기 증상까지 있으신데도..
엄마는 아시는 것 같다.ㅠㅠ
얼마 전 어버이날,
동생들이 준 용돈을 또 내 호주머니에 몰래 넣으셨다.
극구 뿌리쳤지만.....
이 나이에 또다시...
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척 슬프다.
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힘드셨을 엄마에게
마지막까지 아픈 손가락으로 남고 싶지 않은데....
나의 마지막 꿈이자 희망.
전원주택 지어서 엄마랑 살면서,
꽃을 무척 좋아하시는 엄마에게, 맘껏 꽃밭을 가꾸게 해 드리겠다고 한 후,
어느 날,
시장에서 사 온 매실나무를 땅에 심지 않고 화분에 심으셨다.
"엄마 왜 이렇게 큰 나무를 땅에 안 심고 화분에 심었어요?"
"너 이사 가면 가져가려고....." 하신다.
말씀은 안 하셔도 엄마도 무척 바라시는 것 같다.
엄마는....
그네 의자에서 하루 종일 꽃을 바라보며 앉아 계신다.
예전엔 책을 많이 보셨는데...
치매 증상이 오고부터는 책이 재미없으시다고 하시며,
무료한 시간을 그냥 멍~하니 앉아 계신다.
엄마가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,
지금은 외출도 여행도 힘들어서 하지 못할 상황이 되고 보니,
지난날 엄마와의 추억이 그리워지면서...
지금부터라도 엄마를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,
사진을 자꾸 찍으니...
"예쁜 꽃이나 찍지 왜 볼품없는 나를 자꾸 찍으려 하냐?" 하신다.
하루 종일 밖에 계셔서....
얼굴이 새까맣게 타셨다.ㅠㅠ
안 찍는 척하면서 ...
몰래,
엄마도 찍고,
나 시골 이사 가면 가져가신다는 매실나무도 찍고,
송골송골 알알이 열린 블루베리도 찍고....
간절히 소망해 본다.
엄마에게...
아픈 손가락으로 끝까지 남고 싶지 않다고.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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