소소한 일상....

난... 엄마의 아픈 손가락?

세 렌 디 피 티 2023. 5. 22. 12:14
728x90
SMALL

난... 엄마의 아픈 손가락?

자식을 키워보면 알게 된다.

부족한 자식에게,

어렵고 힘든 자식에게,

더 신경이 쓰이고 마음이 간다는 것을...

K 장녀로 태어났으니...

장녀 노릇을 톡톡히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.

아니,

장녀 노릇은 고사하고 오히려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아서

늘 마음 한구석이 미안하다.

서른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되어,

아들 둘 데리고 엄마 집으로 들어갔을 때부터....

난 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다.

살면서 말을 하지 않아도 엄마는 내가 힘든 것을 알고 계셨다.

쌈지 주머니 모아 놓은 용돈을 한 번씩 동생들 몰래 줄 때마다...

강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받을 수밖에 없었던 나....

그래서,

나는 더욱더 돈을 벌어야겠다고 아등바등했던 것 같다.

한때는 조금 여유가 있어서,

엄마 모시고 여행도 다니고, 온천도 다니곤 했던 때가 있었다.

그때,

엄마는 너무너무 행복해했었다.

동생들에게도 큰 딸을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지....

산다는 것이 참 어렵다.

점점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던 상황은

어느 날 갑자기 더 어려워져 버리고...

이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? 하는 강한 의문이 자꾸 든다.

겉으론 강한 척,

어렵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,

이제는 연세도 많이 드셨고, 상황 판단도 많이 흐려지셨고,

더군다나 약간 치매 초기 증상까지 있으신데도..

엄마는 아시는 것 같다.ㅠㅠ

얼마 전 어버이날,

동생들이 준 용돈을 또 내 호주머니에 몰래 넣으셨다.

극구 뿌리쳤지만.....

이 나이에 또다시...

엄마의 아픈 손가락이 된 것 같아서 마음이 무척 슬프다.

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힘드셨을 엄마에게

마지막까지 아픈 손가락으로 남고 싶지 않은데....

나의 마지막 꿈이자 희망.

전원주택 지어서 엄마랑 살면서,

꽃을 무척 좋아하시는 엄마에게, 맘껏 꽃밭을 가꾸게 해 드리겠다고 한 후,

어느 날,

시장에서 사 온 매실나무를 땅에 심지 않고 화분에 심으셨다.

"엄마 왜 이렇게 큰 나무를 땅에 안 심고 화분에 심었어요?"

"너 이사 가면 가져가려고....." 하신다.

말씀은 안 하셔도 엄마도 무척 바라시는 것 같다.

 

 
 

엄마는....

그네 의자에서 하루 종일 꽃을 바라보며 앉아 계신다.

예전엔 책을 많이 보셨는데...

치매 증상이 오고부터는 책이 재미없으시다고 하시며,

무료한 시간을 그냥 멍~하니 앉아 계신다.

 
 

엄마가 젊었을 때는 몰랐는데,

지금은 외출도 여행도 힘들어서 하지 못할 상황이 되고 보니,

지난날 엄마와의 추억이 그리워지면서...

지금부터라도 엄마를 많이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,

사진을 자꾸 찍으니...

"예쁜 꽃이나 찍지 왜 볼품없는 나를 자꾸 찍으려 하냐?" 하신다.

하루 종일 밖에 계셔서....

얼굴이 새까맣게 타셨다.ㅠㅠ

 
 

안 찍는 척하면서 ...

몰래,

엄마도 찍고,

나 시골 이사 가면 가져가신다는 매실나무도 찍고,

송골송골 알알이 열린 블루베리도 찍고....

간절히 소망해 본다.

엄마에게...

아픈 손가락으로 끝까지 남고 싶지 않다고....

 

728x90
LIST

'소소한 일상....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뮤지컬 결혼식(?)  (0) 2023.05.27
아침 산책길에....  (0) 2023.05.23
담쟁이  (0) 2023.05.20
내 인생 성적표는 과연 몇 점?  (0) 2023.05.20
밀양 위양지  (4) 2023.05.12